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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의 확신이요? 그런 건 생각도 안 했어요. 우리나라에 기름집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죠.”
‘기름집 딸’에서 이제는 어엿한 한국식 정통 기름 로스터리 ‘방유당(芳油堂)’의 총책임자가 된 손민정 대표의 말이다. 사업의 성공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일을 시작했다는 손 대표의 말에는 확신이 차 있었다. 어쩌면 기름 짜는 일에 40년 청춘을 다 바친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에서 시작된 도전일지도 모른다.
지난달 26일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위치한 ‘방유당 그레이츠판교점’에서 손 대표와 인터뷰를 진 기획특가 행했다.
‘기름집’답게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들기름과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방유당 기름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가진 손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여정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설명했다.
방유당은 ‘청춘, 기름 그리고 집’이라는 뜻으로, 손 대표의 부모님이 청춘을 바친 기름집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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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유당 기름. [영상 = 방유당 제공]
손 대표는 다니던 디자인 회사를 관두고 4형제 중 유일하게 가업을 잇겠다며 부모님을 찾아갔다. 잘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내려온 딸을 부모님이 반갑게 맞을 리 없을 터 오피스텔실매물 . 손 대표의 부모님은 딸의 기름 사업을 5년 동안 반대했으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고 딸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그는 2007년 처음으로 1인 쇼핑몰을 창업했고, 소주병에 담긴 참기름을 팔기 시작했다. 쇼핑몰은 그럭저럭 운영됐고 2012년 방유당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론칭했 학자금대출자격 다.
사업 초기 손 대표는 성남 분당구 서현동에 자리를 잡아 기름도 짜고 한식집도 함께 운영했다. ‘한국의 기름은 한식과 잘 어울릴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손 대표의 철학 덕분에 한식집도 그런대로 장사가 잘됐다고 한다.
부모님과 언니 등 4명으로 시작한 방유당은 현재 30여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연세대학교 등록금 식당도 서현에서 판교로 이사해 규모가 더 커졌다.
매경닷컴은 지난달 26일 손미정 방유당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변덕호 기자]
손 대표는 항상 참기름 브랜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커피콩을 볶는 커피 로스터리처럼 참깨, 들깨를 볶는 한국식 정통 기름 로스터리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에서 방유당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카페 커피 로스터리 붐이 일어난 적이 있는데, 커피콩을 볶아서 커피를 몇천 원에 내놓는 게 신기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우리 부모님은 엄청난 공정을 거쳐 기름 하나 겨우 내놓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기름 사업이 잘될 거라는 확신보다도 우리나라도 일본이나 이탈리아처럼 가업을 이어서 잘 보존되는 그런 사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손 대표는 ‘가장 한국적인 고소함’에 집착했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맛인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또 신선하고 좋은 참기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방유당 제품. (왼쪽부터) 참기름S4, 들기름P3, 참기름S2, 들기름P1. [변덕호 기자]
오랜 경험에서 체득한 한국적 고소함의 데이터와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맛 표현에 특화된 로스팅 기술이 방유당 기름을 한층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준다고 손 대표는 말했다.
방유당 기름은 섬세한 원적외선 볶음, 급속냉각 향손실 방지, 스크류 착유, 산화방지 정제 등 섬세한 공정을 거쳤기 때문에 향미가 우수하다.
현재 방유당이 생산하는 기름은 들기름과 참기름 두 가지인데, 볶음 정도에 따라 가벼운 맛과 진한 맛으로 나뉜다. 로스팅 온도와 시간을 최소화한 들기름(P1)과 참기름(S1)은 향미가 연하고 생원곡 그대로 맛이 풍성한 게 특징이다. 생야채 샐러드 드레싱이나 달걀, 두부 부침, 버섯, 묵은지 볶음, 생선구이와 곁들이기 좋다.
이보다 조금 더 강하게 볶은 참기름(S2)는 너티(볶은 견과류 같은)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생야채 샐러드 드레싱이나 향이 약한 데친 생야채 나물, 튀김에 사용하면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스모키한 맛이 일품인 들기름(P3)는 엿기름 같은 곡물의 단맛이 느껴지는 제품이다. 건나물이 들어간 요리나 들기름 막국수, 비빔밥 등에 넣어 먹으면 일품이다.
가장 강하게 볶은 참기름(S4)은 방유당 시그니처 로스팅으로 원곡을 태우지 않는 한도에서 최대한의 고소한 풍미를 끌어 낸 제품이다. 풍부하면서도 강한 향미가 특징이며 비빔밥, 매콤한 양념찜, 간장조림, 향이 강한 나물무침 등과 잘 어울린다.
방유당 롯데백화점 팝업 행사. [사진 = 방유당 인스타그램 캡처]
고급스러운 맛 덕분에 방유당 기름은 선물로도 인기가 높다. 방유당 한 해 매출 중 70~80% 정도는 설·추석 명절에 발생하는데 선물용으로 구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유당 인근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기업들로부터 제품 주문이 들어온다는 설명도 손 대표는 덧붙였다.
최근에는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방유당 팝업 행사를 열었는데, 업계 최초로 ‘기름 시음’을 진행했다. 손 대표는 “직접 기름을 맛본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특히 생들기름을 집어 가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방유당은 SSG(쓱닷컴)에도 입점해 판로를 넓히기도 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꼬박 12년. 손 대표는 앞으로도 다양한 사업적 시도를 통해 한국의 맛을 널리 알릴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손 대표는 “기름 로스팅, 다이닝 사업뿐만 아니라 밀키트, 도시락 등을 출시하는 사업까지도 더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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