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8-11 15:39
부부싸움의 기술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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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부부싸움의 횟수와 강도가 부부의 행복과 반비례할까? 물론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툼 그 자체보다는 어떻게 싸우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타고난 성격 특성과 성장배경, 가치관, 행동 습관 등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한 집에서 살아가면서 다투지 않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기대이며, 오히려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참고 억누르며 자기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다. 부부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서로 다른 관점과 욕구, 주장을 가졌을 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은 협동적이며 친밀한 부부관계를 다져가는데 매우 중요하다.


Ⅱ.
부부가 싸우는 것보다 더 안좋은 상태는 아예 무관심한 경우다. 부부싸움의 효과는 각자의 생각과 의중을 싸움을 통해서라도 표현하게 되면, 배우자가 어떤 선호와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생각의 차이를 좁히면서 타협하고 맞춰갈 수 있다.

부작용이라면 대화가 아닌 싸움의 형태로 의견과 욕구가 표출되면서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경멸하기, 자기 방어에만 급급하면서 감정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상담 장면에서  "말만 하면 싸우게 되요" 라고 말하는 부부들이 상당히 많다. 이렇게 되면 배우자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게 되고, 얼굴 마주치는 것 자체를 피하게 된다. 이렇게 담을 쌓게 되면 관계 자체가 차단되는 상태로 가는 것이다. 이 과정이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상담 장면에 오는 부부들 중에는 격렬한 싸움의 단계를 거쳐서 아예 몇 달간 전혀 말도 하지 않고 지내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며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상담을 통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경우는 관계에 대한 가능성의 끈을 놓지 않은 경우로 희망이 있다.


Ⅲ.
부부싸움은 성격 차이 때문이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과연 그럴까. 부부들의 경우 성격이 비슷한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무뚝뚝하고 신중하고 말없는 남자는 거의 대부분 발랄하고 애교있고 말을 잘 하는 여자를 좋아한다. 자신이 갖지 못한 부분을 가졌을 때 상대방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연애시절에는 그런 매력에 끌려서 열렬한 사랑에 빠진다. 이때는 상대방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주고 싶고, 나와 생각이 달라도 어떻게 해서든 맞춰주려고 한다. 그러나 결혼을 한 후로 남편이(아내가) 달라졌다는 경우가 많다. 즉 부부싸움을 하게 되는 것은 성격차이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과 정서적 친밀감의 감소, 의사소통기술의 부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 

아내는 남편이 4년간의 연애 기간 동안에는 모든 것을 자신에게 맞춰주고 너무도 잘해줘서 이런 사람이라면 평생 같이 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결혼을 했다. 그러나 결혼 후부터 남편은 마음에 안들면 대뜸 소리를 지르거나 비난의 말을 하더니 무조건 반기를 든다고 한다. “당신은 그게 문제야” “당신 그것도 못해” “ 당신은 항상 그래” 아내는 "점점 남편과 말하는 것을 피하게 되고 눈도 마주치기 싫어진다"고 말한다.


Ⅳ.
어쩔 수 없이 부부싸움을 해야만 한다면, 다음과 같은 극단적인 경우는 반드시 피해야한다.  1). 폭력을 쓰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파손하는 행위 2). 비난이나 인격적인 모욕을 주는 말 3). 욕설하기 4). 배우자 집안이나 가족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말  5).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말 등이 자주 등장하면 이 싸움은 본래의 의견다툼에서 벗어나 감정싸움으로 치닫게 되고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 이런 극단적이고 민감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싸울 수 밖에 없는 문제에만 국한하여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Ⅵ.
부부싸움은 피하지도 말고, 맞서지도 않는 것이 좋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 피하지는 않되, 한쪽이 흥분해있거나 격한 상태이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싸움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같이 부딪혀서 폭발하지 않도록 싸움의 완급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격한 상태에서는 싸움의 본래 목적보다는 싸움 그 자체로 번져서 감정의 상처만 깊어질 수 있다.


Ⅶ.
부부싸움에는 때와 장소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자녀 앞에서는 부부가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싸우는 소리가 이웃집에 들려서 방해가 되지 않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변을 의식하여 마음놓고 싸울 수 없다면 싸움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다.

아내는 "처음에는 남편과 같이 소리지르면서 싸웠지만, 자녀가 무서워하고 불안해하는 것을 보면서 남편이 싸움을 걸어도 아예 말을 하지 않고 피하게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부부관계는 점점 단절되는 상태로 나아가게 된다. 이런 경우 부부는 싸움을 할 수 있는 적절한 때와 장소를 찾아야한다. 집밖 공원이나 소리를 질러도 괜찮은 곳으로 가서, 마음 편하게 싸움의 문제에 집중해서 의견을 펼쳐보는 것이 소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싸움의 형태로라도 말걸기를 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고 하는 것은 부부로서 함께 해보려는 시도를 아직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싸움이 아닌 의사소통을 통해서 부부가 친밀감을 나누고 원하는 것을 조율해나가는 것이 가장 건강한 소통의 형태일 것이다.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에도, 극단적으로 치달아 깊은 상처를 남기지 않도록 부부싸움의 기술을 떠올리며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 마이웨딩 2014. 9월호 게재 원고)

여아림 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최혜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