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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 곤
그토록 간절히 원했으나, 그녀는 신기루처럼 빠져나갔습니다. 그녀를 품고자 했던 이상은 속절없이 무너졌지요. 결혼하자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말한 것도 여러 차례. 매끈했던 피부는 어느새 나이테로 가득하고, 윤기가 흐르던 머릿결도 그 빛을 잃어버렸습니다. 청춘의 생기는 아스라이 사라지고 없는데, 왜 사랑만큼은 더 불타오르는지.
중년이 되어버린 그녀 앞에 선 이 사내. 그가 다시 입을 뗍니다. "나와 결혼해주겠소." 대답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우정 이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그녀의 말에, 그는 이제 그녀를 놓아주기로 했습니 중국성적 다.
우울의 샘으로 침잠한 지 며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한 젊은 여인이 그를 찾았습니다. 실연을 위로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내를 차 버린 여인과 무척이나 닮은 그녀. 그가 단번에 사랑에 빠져버린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사랑하는 그녀의 딸이었기 때문입니다. 술에 취한 탓이었을까요.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갔다는 환각에 시달린 것이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대출 었을까요. 사내는 여인에게 말했습니다. "나와 결혼해주겠소?" 첫사랑한테 차이자 그 딸에게 청혼한 것이었습니다. 사랑에 미쳐 광인이 되어버린 듯한 이 남자의 이름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아일랜드의 국민 시인이었습니다. 첫사랑 모드 곤과 이루지 못한 사랑을 동력 삼아 시를 쓰고, 이를 아일랜드 독립 열망으로까지 연결한 시성이었습니다.
아일 아파트담보대출 소득공제 랜드 민족성에서 시어를 길어올리다
예이츠의 집안은 부유했고, 예술에 조예가 깊었습니다. 아일랜드의 스산하면서도 광활한 자연환경은 어린 예이츠에게 영감의 샘을 만들어줬습니다. 어머니는 어린 예이츠에게 태곳적부터 터를 잡던 신들의 이야기를 전해줬지요. 켈트 신화였습니다.
잉글랜드가 아일랜드를 점령하기 전의 이야기, 이교도적 대부중개업등록 이라고 비아냥받으며 묵힌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요정과 드루이드 그리고 영웅과 괴물의 서사였지요. 예이츠는 여기서 '아일랜드성(性)'을 길어 올립니다.
잉글랜드와 기독교에 의해 '오염'되기 전, 아일랜드적 순수가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니스프리의 호수섬'도 아일랜드성을 조명한 예이츠의 대표작으로 통합니다. '아일랜드 문예 부 전세자금안심대출 흥 운동'은 예이츠라는 기수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예이츠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19세기 중반은 정치적인 격변기이기도 했습니다. 아일랜드 민족 정서가 폭발적으로 자라고 있어서였습니다. 750년간 지배받았음에도, 본인들을 자랑스럽게 아일랜드인이라고 여기는 사람들. 이들은 더 이상 압제자의 지배를 용인하지 않았지요. '감자 대기근'으로 많은 아일랜드 사람이 죽어가자 분노는 더욱 폭발합니다. 폭군 잉글랜드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분노는 정치적 에너지로 전환하고 있었습니다. 아일랜드 문예 부흥 운동과 아일랜드 독립운동은 서로를 불쏘시개 삼아 타올랐지요.
"그녀는 여신처럼 걷는다"는 찬사는 오직 그녀만을 위한 말 같았다. 안색은 빛을 받은 사과꽃처럼 빛났다. 윌리엄 예이츠 자서전 중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너무 아픈 사랑의 시작
"내 나이 23세, 내 인생의 고통은 시작되었다."
17세부터 시를 써나갔지만, 그의 시는 정교하지 못했습니다.그의 시가 다듬어진 건 23세 때. 아일랜드의 독립을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외쳤던 여인 모드 곤을 만나면서였습니다. 그녀는 영국의 압제에 맞서 당당히 외칩니다. "우리에게 전쟁을 강요하는 건 영국인이다. 전쟁의 첫 번째 원칙은 적을 죽이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스산한 산맥에서 고요히 걸어 나와 독립을 이끄는 여신의 모습. 예이츠는 '아일랜드의 잔다르크'에게 열렬히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뮤즈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커져만 갑니다. 예이츠가 그녀에게 청혼한 배경이었습니다. 프랑스 언론인과 한 번 결혼해 아이를 잃었던 경험이 있었던 그녀는 예이츠를 허락하지 않았지요. 함께 식사하고, 아일랜드 독립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폭력과 실력이 아닌 시로써 아일랜드를 부흥하려는 유약한 심정이 그녀의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이츠의 청혼을 거절하면서 그녀는 말합니다. "당신은 불행한 것에서 아름다운 시를 만들어내요. 결혼은 지루한 일이죠. 시인은 결혼해선 안 됩니다. 세상은 당신이 결혼하지 않은 것에 감사할 거예요."
사랑이 메마를수록, 영감의 샘은 차오릅니다. 모드 곤을 그리워하며 쓴 시는 아일랜드 사람의 마음에 닿았지요. 미문의 시가 조국의 아픔을 달래주었기 때문입니다. '천국의 천'이라는 시의 한 대목을 옮겨 적습니다.
'하늘의 옷감이 내게 있다면/ 그대 발아래 깔아 드리리/ 가진 거라곤 그저 꿈이어도/ 그대 발아래 펼쳐 놓으리/사뿐히 꿈마저 밟고 가주오.'
시를 읽고 감동한 한 시인이 있었습니다. 김소월이었습니다. 그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 '진달래꽃'을 썼습니다. 예이츠의 사랑이 우리 문학사에도 깊이 영향을 끼친 셈이지요.
모드 곤의 딸 이졸트
실연이 만든 아일랜드 국민 시인
그의 시를 읽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누군가는 숨어버린 조국의 독립을 읽었습니다. 예이츠가 아일랜드의 상징이 되고 있었다는 의미였습니다. 모드 곤은 예이츠의 마음을 짓이겼습니다. 청혼한 예이츠를 두고 이혼한 남편을 다시 찾아가 죽은 아이의 무덤 옆에서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떠난 아이가 다시 뱃속으로 돌아올 것이란 '윤회'의 믿음이었습니다. '묘지 정사'로 태어난 딸아이가 이졸트였습니다.
괴이한 일이었지만 예이츠는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더한 것도 받아들일 참이었지요, 그녀만 가질 수 있다면. 열렬한 구애에도 모드 곤의 선택은 존 맥브라이드였습니다. 아일랜드 게릴라군을 이끄는 군인. 무력을 통해 아일랜드를 구원하려던 사내 중 사내였습니다. 모드 곤과 이상을 공유하던 남자였지요.
불과 불은 서로를 집어삼키기 마련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조화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를 하나 낳은 뒤 모드 곤과 맥브라이드는 별거를 결정합니다. 10년 후인 1916년 예이츠는 50대가 된 그녀에게 다시 청혼합니다. 이번까지 다섯 번째. 결과는 같았습니다. 거절이었습니다. 홀린 듯 취해 있는 예이츠. 그는 모드 곤의 딸 22세의 이졸트에게 결혼하자고 말했습니다. 모드 곤을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나이. 그는 이졸트에게서 빛나던 시절의 모드 곤을 봤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절했지만 이졸트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녀 역시 예이츠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어서였지요. 그와 연인이 됐을 때 어머니 모드 곤의 격노가 무서울 뿐이었습니다. 예이츠가 진심으로 자신을 원하는지 확신하지 못한 것도 거절의 배경이었습니다. 1년 후 그녀의 가슴은 여전히 그 앞에서 요동칩니다. 이번엔 이졸트가 예이츠를 찾았습니다. 청혼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이츠의 대답은 의외로 거절이었습니다. 이미 다른 여인과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예이츠는 그렇게 모드 곤과의 인연을 끊는 듯했습니다.
시적인 죽음을 맞이한 예이츠
예이츠의 결혼 5년 후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자유국'이라는 이름으로 자치를 인정받습니다. 자유국을 받아들이자는 군대와 완전한 독립을 염원한 IRA 간에 내전이 벌어집니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 1923년 예이츠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합니다. 아일랜드의 독립에 힘써 온 한 문인에 대한 예우였습니다. 노벨위원회는 말했습니다. "그의 시는 매우 예술적인 형태로 온 국민의 정신을 표현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의 시에는 나라를 잃은 아일랜드인의 슬픔이 절절히 녹아 있습니다. '그대 늙거든(When you are old)'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글거리는 장작더미에 몸을 숙이고/ 조금은 슬퍼하면서 중얼거려 보세요/ 사랑이 말도 없이 저 산을 넘어가다/ 별무리 속에 얼굴 살짝 감추었다고.'
사랑하는 이의 얼굴과 아일랜드의 독립이 동시에 떠오르는 작품이었습니다. 간절히 원하지만 쉽게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독립과 사랑은 어찌나 닮았는지요.
1939년 프랑스 남동부 로크브륀의 한 호텔에서 그는 죽음을 맞았습니다. 영민한 시적 감각으로 죽음을 예견했는지. 그는 유언을 미리 남겼습니다. "날 이곳 로크브륀에 묻었다가, 1년 후 언론이 날 잊거든 아일랜드 슬라이고로 옮겨주시오."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9년. 아일랜드 정부는 해군함을 직접 보내 예이츠의 귀향을 도왔습니다. 시성에 대한 예우였습니다. 책임자는 아일랜드 외무부 장관 숀 맥브라이드. 모드 곤의 아들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짝사랑한 시성을 이장하는 일을 맡은 셈. 예이츠는 죽어서조차 모드 곤과의 인연이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시적이었습니다. 예이츠의 묘비명은 그의 시에서 따왔습니다. '불벤산 기슭에서'의 한 대목입니다. '삶과 죽음에 차가운 시선을, 말 탄 자여, 지나가라.' 너무 뜨거운 사랑과 삶을 살아간 데 대한 애환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평범하지만, 그러나 조금은 덜 아픈 시인이 되기를 꿈꾸었을까요.
그의 사랑은 조각난 유리였습니다. 고통과 절망의 연속이었지만, 예이츠라는 시는 그 속에서 더욱 찬란하게 빛났습니다. 견고한 유리보다 산산이 깨어진 유리 조각 속에서 빛이 더 다채롭게 산란하는 것처럼. 모드 곤을 얻었다면 예이츠의 시는 읽는 맛을 잃었을 것입니다. 밋밋해졌을 것입니다. 문학은 언제나 코스모스(질서)가 아닌 카오스(혼란)에서 생육하는 꽃이었으니. 예이츠가 뮤즈를 가질 수 없었기에, 아일랜드는 예이츠라는 시성을 품었습니다. 깨짐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것. 예이츠라는 문인이 그랬고, 아일랜드라는 국가가 그랬습니다.
역사 속 알롱달롱한 이야기를 생각하는 사색(史色)입니다. 소란한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역사의 숲으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재미 혹은 의미, 두 미(美) 중 하나는 반드시 챙기겠습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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