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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1-23 17:23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6,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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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상담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문제에 대해서 말하라고 하자 아내는 첫마디를 꺼내는 순간 눈물부터 흐른다. 아내는 속에서부터 복받쳐올라오는 감정의 응어리를 안고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가 없다는 마음이다. 그러나 남편은 상담실에 오는 중에도 별다른 문제도 없는데 꼭 상담을 받아야하냐는 말을 했다. 아내는 본인만 참고 아무말 하지 않고 있으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럴려면 미칠 것 같다고 한다. 남편은 아내를 외계인 보듯 하면서 흘려듣는다.
왜 아내들이 주로 참지를 못하고 상담을 요청해올까. 많은 경우 남편이 상담을 요청해서 내방할 때는 이혼을 돌이키기가 힘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체감되었을 때다. 그러나 이때는 너무 늦어버린 경우도 있다. 아내의 마음이 완전히 닫혀서 이미 돌아서버린 것이다. 그동안 부부관계에서 쌓였던 서운함과 화가 뒤늦게 풀어지기에는 너무도 단단히 응결되고 맺혀서 쉽게 녹여지지 않는 경우다. 오랜 인내의 시간과 공들임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쪽 배우자가 상담 받으러 가보자고 말할 때는 아직도 관계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야한다.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변화노력의 의욕이 아직도 희망처럼 희미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Ⅱ.
부부가 매일 살을 맞대고 같이 살게 되면 말을 주고받게 된다. 부부관계에서 대화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눈빛으로 소통하는 시기는 연애 때 잠깐이다. 특정 상황에서 잠깐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것 같기도 하다.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관계가 진전되려면 말로 고백하고, 의미를 확인하고 구체적인 대화로 공유되어야한다. 결혼관계나 다른 모든 인간관계에서 말하지 않고 소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을 할 때는 의사를 분명히 표현해도 상대방이 나의 의도와 다르게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한 말을 상대가 제대로 들고 이해했는지 확인이 필요할 정도다.
이렇게 중요한 대화에서 남편(아내)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치명적인 독이 되는 대화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상대를 비난하는 것이다. 상담 장면에서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아니 거의 모든 부부에게서 발견되는 대화방식으로 정작 본인들은 잘 의식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상대방의 변화와 관계 개선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더욱 강렬하게 비난을 퍼붓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배우자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적극적인 변화노력을 기울여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점점 악화된다.
Ⅲ.
아내가 “당신의 행동은 나쁘다고 생각해......” 라고 첫마디를 꺼내자마자 남편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눈을 감고 귀를 닫아버리는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아내는 개의치 않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쏟아낸다. 비난의 대상이 어떤 한 가지가 아니라 수없이 많은 것들로 계속 옮겨다닌다. 남편은 포기해버린 듯 흘려듯는다. 그 많은 것들에 대해서 대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계속 과거의 잘못이 들추어지고 "얼마나 당신이 잘못했는지 깨달아서 당신이 사람이라면 반성하고 고쳐라" 는 메시지를 가슴에 팍 꽂히게 던져주고 싶어한다.
아내는 남편과 같이 있고 싶어서 남편이 좀더 빨리 귀가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남편에게 던지는 첫마디에서 “당신은 항상 그 모양이야. 오늘도 또 늦었잖아” 라는 말이 먼저 나간다. 처음부터 잘못에 대해서 비난하듯 지적하면 할 말도 없고 듣기가 싫어진다. 어쩌다 늦지 않았던 때, 늦을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남편의 머릿속을 채운다. 남편은 더 이상 대화할 의욕을 느끼지 못하고 아내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게 된다. 아내는 그래서 더 열심히 말을 해보지만 남편은 아예 첫마디에 화를 내면서 말을 잘라버리는 상태로 발전한다. 일상적인 대화조차도 최대한 나누지 않으려고 미리 피해버리는 태도가 형성된다. 온갖 이유를 만들어서 더 늦게 들어온다. 같이 부딪혀서 말을 섞으면 다시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중에 구뇌의 자기보호본능이 작동하여 회피적 태도를 형성한다.
Ⅳ.
남편은 “ 집안이 이게 뭐야. 정리를 해야지. 그건 기본이야. 사람이면 기본은 해야지.” 라고 교훈하듯 말한다. 아내는 순간(약1초 정도) 남편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 반격할 수 있는 실수들을 찾아내려고 머리를 굴린다. “그러는 당신은 그때 옷을 아무렇게나 방바닥에 던져놓았고.... 혼자 과일 먹고 껍질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두었어. 그건 뭐야 당신은 기본을 갖추어서 그렇게 행동해” 라고 받아친다.
남편의 비난투의 말에 아내는 기분이 상해서 행동의 개선으로 이어지지가 않는다.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으로 남편의 유사한 잘못을 찾아 맞대응을 하면서 자신을 합리화하고 오히려 같이 비난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좀더 발전하면 배우자의 가정교육, 집안 분위기와 배경을 문제삼는 것으로 비화한다. 인격적인 경멸의 말도 오가다 보면 격한 장면이 연출된다. 결국 대화 자체를 섞지 않는 단절상태,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자리를 피해버리는 상태가 된다. 이렇게 진전된 상태에서는 부부 두 사람의 힘으로는 관계 회복이 힘들어진다.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서 관계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Ⅴ.
상대방과 더 좋은 관계를 맺으려는 의도로 말을 할 때는 객관적인 상황이나 구체적 사실에 대해 내가 느끼는 감정을 말하는 것이 좋다. “당신은 이래서 나빠”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이지만, “내가 어떤 것에 대해서 서운하게 느껴져” 라고 말하면 어떤 상황에 대한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것이 ‘나 전달법’ 대화다. 대화의 시작이 자신에 대한 비난의 말이 아님을 알게 되면, 안도감을 갖고 좀더 경청하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비난보다는 원하는 것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아주 작은 반응이나 변화노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칭찬과 감사의 말을 보내야한다. 풀리지 않고 반복되는 문제에서 서로 양보하고 협상하면서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기술이 중요하다. 그럴려면 안전한 대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좋다. 비난이나 공격받는 분위기가 아니라 안전한 분위기에서 대화하는 것은 부부가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 하면서 친밀감을 향상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부부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질 때는 상대방이 나와 다른 것에 더 매력을 느끼고 웬만한 행동들에 대해서도 매우 수용적이다. 그러나 결혼 생활이 시작되면 나와 다른 것에 대해서 차이점으로 이해하기보다는 틀린 것으로 보고 고치려고 한다. 강하게 비난하면 배우자가 제대로 알아듣고 개선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비난을 통해서는 원하는 것을 얻기가 어렵다. 의도와 다르게 부부관계가 점점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버린다.
남편들은 아내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과 손길을 매우 갈망한다. 아내들도 남편의 부드럽고 자상한 말과 손길을 바라고 있다. 남편(아내)에게 더 이해받고 더 가까워지고자 한다면, 비난의 표현보다는 '나 전달법'으로 표현하기, 일단 수용하기, 그리고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을 요청하는 대화법에 관심을 기울이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부부의 친밀감과 관계의 질은 부부가 나누는 대화의 질에 달려있다고 본다.
여아림 부부상담심리연구소 소장 최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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