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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6-26 18:47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6,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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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무엇인가. 저 사람이 한때라도 나의 가슴을 떨리게 했던 그(그녀)가 과연 맞는 것일까. 그런 감정의 기억이 까마득한데 그것은 어떤 느낌이었지. 과연 내 인생에서 앞으로도 그런 감정을 맛볼 수 있을까. 상대가 나를 위해 얘쓰지 않고 이기적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나의 선택을 존중하기 위해서, 선택 당시의 나의 심리적 수준을 기념하기 위해서 그에게 한번 잘해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아쉬운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나에게 아쉬움을 느끼도록 만들어보는 것이다. 상대가 감읍할 수 있도록 해보는 것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나만 손해보는 느낌 때문에 그런 시도를 하기가 힘들어진다. 아니 얼굴만 보면 그러고 싶은 마음이 가시고 평소 하던 대로 행동하게 된다. 내가 무슨 말을 먼저 시도한다는 것은, 특히 상대의 관심과 다정함을 기대하는 몸짓일 때는 거액을 기부함에 넣는 것과 같은 에너지의 소모를 일으킨다.
모처럼 어렵게 시도했는데 상대가 김빠지게 대꾸할 가능성이 너무 크다. 불을 보듯 예상이 된다. 그때 다시 휘청이는 감정을 맛보고 싶지 않다. 원하는 대응이 나오지 않을 때 나의 입에서도 바로 한마디가 나가면 다시 전쟁이다. 이미 수많은 시도와 상처 속에 쇠잔해져서, 다시 그런 시도를 위한 에너지를 일깨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상대가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서로 투명인간 대하듯 하면서 지낸다.....
상담 장면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부부의 이야기다.
부부관계는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라고 흔히 말한다. 처음 결혼할 당시는 달콤한 결혼생활을 꿈꾸며 눈에 콩깍지가 낀 상태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 콩깍지가 벗겨지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1년 반에서 3년이면 마법은 풀리고 황금마차는 호박으로 변해있음을 알아차린다. 서로에게서 받은 상처로 인해서 단절의 벽은 높아간다.
부부가 이렇게 관계가 소원하게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성격상의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하지 못하는 문제, 서로 다가가는 대화로 풀지 못하는 대화기술부족의 문제, 살아온 환경과 생활습관의 차이 문제, 그 속에서 형성된 가치관의 차이 등이다. 한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부딪히게 되면서 악순환에 빠지기도 쉽다. 특히 어린시절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물(가족 중에서도 특히 부모)과의 관계에서 형성된 상처와 욕구, 생존을 위해 형성된 방어기제들은 이후의 대인관계패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마고 이론(Hendrix, 1988, 1992)에 의하면 부부는 어린 시절 부모에 의해서 채워지지 못했던 ‘미해결과제’를 배우자를 통해서 충족되기를 바라는 무의식적 동기를 가지고 결혼을 한다고 본다. 즉, 발달단계의 같은 지점에서 상처를 입은 두 사람이 다시 발달 단계적 욕구를 충족하려고 서로 상처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부부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부부는 각자 어린 시절 발달단계에서 채워지지 못했던 결핍과 욕구를 배우자를 통해서 채우려고 필사적으로 ‘힘겨루기’에 돌입한다. 서로를 자신의 필요에 맞추도록 변화시키기 위한 싸움이 시작된다.
어린 시절의 미해결과제가 부부관계에서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음을 발견하고, 그 반응방식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치유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서 부부가 더 이상 서로간에 상처를 전달하거나 투사하지 않게 되고,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반복해서 반응하던 것에서 벗어나게 된다.
배우자를 바라볼 때는 그 배우자 속에 있는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바라볼 수 있는 따뜻한 눈길이 필요하다. 그 어린아이가 배우자를 통해서 이해되고 수용되고 온전히 공감되는 경험이 일어날 때, 무심코 반복되어온 대응행동의 뿌리깊은 원인을 깨닫게 되고 상처는 치유된다. 개인의 성장과 부부관계의 질적 변화가 이때 가능하게 된다.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배우자에 의해서 이해되고 수용되고 공감되는 경험이 가장 치유적이다. 마법이 풀리는 시기를 지나도,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치유적 경험은 부부관계를 더 깊이있는 단계로 이끌어갈 것이다. 평생 함께 하면서 나눌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경이롭고도 소중한 경험이다. 나의 선택에 대해서 책임지는 자세로 소중한 관계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아림 부부상담심리연구소
소장 최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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