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3-06 18:47
배우자 공감하기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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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상담에 왔다. 아내는 이미 많은 것을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감정없이 조목조목 남편이 했던 행동들을 나열하지만, 객관적으로 나열되고보니 옆에서 남편이 들어봐도 본인이 좀 나쁜 사람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 부분만 떼어내서 말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과 본인의 원래 의도를 고려해야한다고 소리친다. 남편은 처음 내방 당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듯한 태도였으나, 우리 부부는 대화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비로소 시인하면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남편은 배우자를 택할 때 엄마처럼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추어줄 여자를 원했다. 연상인 지금의 아내가 그렇게 자신을 배려해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혼 이후 직장생활의 적응과 그 연장선인 술자리에서도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얘쓰면서, 거의 매일 새벽 2~3시에 귀가하게 되었다. 힘들게 사회생활하는 자신을 아내는 이해하고 배려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다툼이 많아지게 되었다. 아내는 두 자녀를 키우면서 힘들어했으며, 아빠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좀더 우선순위에 두기를 원했다. 꼭 필요한 회식에만 참석하고 2~3차 술자리는 피하기를 원했다. 남편은 사회생활을 하는 본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내가 자기입장만 주장해서 대화가 안된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감기몸살로 아프다고 말할 때도 남편은 몸을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닌 아내를 보면서 심각하게 생각지를 않았다. 아내가 오늘은 몸이 너무 아프니까 아이들 밥은 남편이 좀 챙겨주었으면 좋겠다고 할 때도, 본인이 그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중요한 회사일 때문에 일요일인 그날도 출근했고, 역시 빠지기에는 매우 중요한 술자리인 2차까지 한 후 밤늦게 들어왔다. 물론 중간에 아내의 몸이 어떤지 안부 전화를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아내는 밤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폭발하고 말았다. 남편은 아내가 몸을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기에 심각한 상태인줄 몰랐다고 했다. 업무상 중요한 일로 인해 불가피하게 출근한 자신의 입장이 배려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의 감정과 욕구가 나의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면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감동을 주는 행동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상대방의 아픔이 나의 아픔으로 전해져오고, 상대방의 고통이 나의 고통으로 느껴진다면 상대에 대해서 측은지심을 발휘하고 위로와 배려의 행동이 하고 싶어질 것이다. 인간의 뇌 속에는 너와 나 사이의 장벽을 없애주는 감정이입세포가 있다. 상대의 감정을 거울보듯이 생생하게 비추어주는 이 세포를 거울뉴런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바로 공감이 일어난다 이 공감능력으로 인해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역지사지가 가능해진다. 사이코패스로 판정난 흉악범죄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상대방의 아픔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공감능력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느낌이 어떤지 느낄 수가 없으니 나의 욕구와 감정, 느낌만 중요해지는 것이다.

연애 때는 상대의 감정과 욕구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고, 어떻게 하면 상대를 기쁘고 즐겁게 해줄지 신경쓰는 것도 오히려 가슴 설렌다. 표정만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대방의 미묘한 감정변화에도 마음을 읽어가면서 적절한 반응을 하고자 얘쓰게 된다. 그러나 결혼해서 살게 되면 점차 배우자의 감정 보다는 내 감정이 중요해진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가 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채워주기 바란다. 바라는대로 안되면 서운함만 쌓이고, 때로는 내가 더 희생하고 손해보는 듯한 억울한 마음이 커져서 배우자의 감정을 헤아리는 것을 잊게 된다.

부부가 서운함과 억울함이 쌓여 상처가 커지고 자주 분노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관계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감능력을 회복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아내가 몸이 아프다고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배려나 따뜻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느낀 위의 부부도 그 상황을 대화법으로 세밀하게 되짚어보았다.  그때 아내가 어떤 마음을 느꼈을지를 공감하게 하자, 남편은 비로소 “짠”하게 아내의 마음이 느껴져온다고 했다. 부부는 이 사건으로 이혼신청까지 갔다가 상담에 왔다. 상담 이전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 부부가 서로 얘기하고 싸웠지만,  이번처럼 아내의 마음이 "짠"하게 느껴져오지는 않았다고 했다.  남편이 공감을 해주자, 아내는 결혼해서 처음으로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우리의 뇌 속에서 딱딱하게 굳어져있는 거울뉴런을 활성화시켜서,  배우자가 그때 그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공감하게 될 때 비로소 내 자신의 욕구와 감정에만 쏠렸던 시선이 균형점을 갖게 된다. 배우자에 대해서 측은지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면서,  그동안 지나쳤던 새로운 측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 입장만이 아닌 배우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껴볼 수 있게 되면 가슴이 “짠” 해져온다. 진심어린 공감을 통해서 그대로 공명해주기만 해도,  바로 그 순간에 상처받은 배우자의 가슴에 응결되어있던 서운함의 감정 응어리가 급속히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맺힌 마음을 풀고 다시 손을 잡으려면 이런 순간이 필요하다.

결혼해서 한평생 동안 내게 맞춰주고 배려해줄 배우자를 찾는다면 결혼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실망감을 느끼기 쉽다. 부부는 서로의 상처를 배우자를 통해서 치유받고 부족한 부분들을 보충받고 싶어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받아주고 맞추어주기를 바라면 관계는 체한 듯 막혀버리고 만다. 배우자는 결코 어린시절 모든 것을 내가 원하는대로 맞춰주고 보살펴주던 어머니나 아버지가 될 수 없다. 배우자는 부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만큼 배우자도 사랑과 배려를 원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내가 배우자로부터 간절히 받기 원하는 바로 그것을 배우자에게 해줄 수 있을 때,  나의 치유와 성장이 일어나고 부부관계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된다고 본다.

사람은 음식을 통해서 생물학적인 생명을 유지하듯이, 감정적으로 공감을 받을 수 있어야 심리적 안정과 활력으로 삶에서 제 기능을 유지할 수가 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가까이 있다면 일상에서 말할 수 없는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이다. 그 사람과 자꾸 얘기하고 싶어질 것이다. 한 집에서 한평생을 함께 할 나의 배우자가 내 마음을 정확하게 공감해 줄 수 있다면, 항상은 아니라도 가끔씩이라도 그렇게 해준다면, 상처가 있어도 다시 새살이 돋아날 것이다. 나의 아내(남편)가 자꾸 가까이 다가오고, 화제가 풍부해지고, 많은 말들을 나누고 싶어한다면,  나의 거울 뉴런이 왕성하게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여아림 부부 상담심리연구소 소장 최혜숙